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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2 1탄 알티베이스의 근무 시간과 업무 분위기 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안녕하세요. 알티베이스 개발 3팀의 손우상입니다.
에...알티스토리의 집필자로 초대받았는데 어쩌다가 제가 관리자까지 되어버렸네요.
개발자의 일상을 담을 '개발의 기수'라는 게시판을 만들었습니다.
개발하면서 느낀점이나 생각들을 담을 공간입니다.
개발자들의 특성상 직설적이고 딱딱한 글이 난무할테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네요~
그리고 개발자들도 글쓰는 습관을 들일 필요도 있겠구요.

아..그럼 본인의 소개부터 간략히 하겠습니다.
전 컴퓨터학을 전공하고 9년차된 개발자입니다.
첫직장(DIB)에서 자바로 BtoB 시스템의 XML/EDI 전자 문서 시스템이란걸 개발하고
(무려 4년이나...)
웹프로그래밍 알바, 백수 생활 등을 전전하다가
2003년 가을에 두번째 직장인 알티베이스에 입사하였습니다.

제 소개는 요정도구요...
이 게시판에서는 DBMS 뿐만 아니라 개발 프로세스나 업무 환경 같은
개발에 관한 주제들을 많이 다룰 생각입니다.
혼잣말을 글로 쓰던 습관이 있어서 말은 짧게 쓰겠습니다.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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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발의 기수 1탄으로 우리 회사 업무 분위기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개발자 얘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에...
최소한 본인은 그렇다-_-;
이땅에서 일개미 취급 받으면서도
어릴적 자신이 쓴 프로그램이 반도체 칩들이 꽂혀있는
조막만한 기계의 시커먼 모니터에서
어설픈 날개짓을 할 때의 기쁨을 추억삼아
이일을 업으로 생각하며 오늘을 달리는 모든 개발자들과
좋은 이야기들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끄적여볼랜다.

가끔 인터넷에 개발자의 저질스런 생활을 비꼰 만화를 본다.

"아빤 회사에서 무슨 일해?"
"제안서도 쓰고 영업도 하고..."
"개발자라며?"
"프로젝트 관리도 하고 판매도 하지..."
"개발자라며?"
"접대도 하고 삽질도 해~"
"아빠 개발자 맞어?"

웃긴가?
응-_- 웃긴다;;
사실 어떤 광고에도 개발자 얘기를 갖다붙여 패러디하면 웃기기 마련이다.
...만
마냥 쓴 웃음만을 짓고 살 순 없지 않은가...

다이하드 version 4.0을 보면...
맥꿀레인 형사와 함께 뛰어 댕기던...
하드웨어는 비록 비리비리해도
자기 지식을 다른 사람의 머리속으로 옮겨 심으면 머리 터저 죽을 꺼라는 멋진 맨트를 날린
비상한 소프트웨어를 가진 그 해커...멋지지 않은가...

사실 위 패러디는 우리들에겐 아득히 먼 얘기같다.
물론 매니저라는 직무(직책이 아니라고 주장해봄)를 가진 사람은
개발과 매니징이 아직 짬뽕되어 있는 상태는 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개발자들 만큼은 개발에만 열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본인의 일상을 까발려보자.

본인은 시계를 안맞춘다.
타의적으로 잠을 깨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은데,
아마도 고 3때의 지긋지긋한 알람소리가 아직도 징그럽게 머리속을 떠다녀서일 거 같다.
그래서 눈떠지는 시간은 지 맘대로다.
전날 무리라도 했다싶으면 9시쯤 눈떠지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이면 회사 건물에 도착하면 10시쯤된다.
(우리 회사 정식 출근 시간은 9시이다-_-)
10시 정각 직전까진 엘이베이터는 전쟁터가 따로없는데,
우리 회사 건물 꼭대기층 IT 동지들이 10시가 출근시간인것 같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그들을
본인은 느긋하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한번 봐준다.

사무실로 들어와 본인 자리에 컴터를 켜고 몇몇 백그라운드 프로그램들을 로긴한 후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하면 내 할일들이 주루룩 리스트업된다.

우리가 하는 개발은 크게 프로젝트 또는 유지보라고들 말하는 디버깅이다.
프로젝트는 대형 SI 업체에서 하는 그런 규모의 프로젝트는 아니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1주일...
또는 길어봐야 한달짜리 규모 정도밖에 안되는 일을
몇달간 지루하게 하는 업무이다.
예를 들면, 호스트 변수값을 옵티마이징시 반영하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파티션 기능을 추가하거나, 버퍼 관리자의 성능을 올리는 작업등이 이에 속한다.
대게 혼자 또는 2, 3명이 한 프로젝트를 하는데
혼자 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팀 리뷰를 받아야 한다.
한 팀에서 프로젝트를 3개씩 진행하다보면 자기 일할 시간보다 리뷰하는 시간이 더 많다.
어떨땐 자기 자리 컴퓨터를 만져볼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회의실에서
보드판에 그림 그리기 놀이만 죽어라 하는 날도 많다.
그러면서 누가누가 더 잘 그렸나 싸우기도 한다;;

디버깅은 어찌보면 디게 재미없는 작업처럼 보이겠다.
사실이다-_-;
그런데 간혹...일년에 한 두 껀 쯤 대박 버그들이 있는데,
탐정놀이를 방불케 한다.
논리의 꼬리를 쫓아다니다 막히면 온갖 기묘한 디버깅 코드를 집어 넣어
테스트를 돌려놓고 잠복하고 기다리노라면,
요놈의 범인이 언제 나타나나 라면 먹으며 두 눈 부릎뜨고 숨어 있는 형사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 몇년간 풀지 못한 미스테리 사건을 해결하는 날엔 영웅이 된다.
버그는 분명 개인의 신중함으로만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프로세스가 갖춰져야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버그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나중에 버그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 생각이다.

요즘 본인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논문 몇편 보다 보면 하루가 훌쩍가고 어느덧 저녁 6시가 된다.
본부장님이 한 말씀 날리신다.

"언능 퇴근하세요..."

본부장님이 없을 땐 팀장님이 대신한다.

"자~ 종쳤습니다. 얼른 집에 가세요..."

가끔 자취생을 어여삐여기시는 팀장님들은

"밥먹고 가요..밥~"

우리 개발자들은 술약속, 취미생활, 애기들보러 각자 흩어진다.

나같이 약속도 없고 집구석에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는 사람들은
시원한 사무실에 남아 있을 때도 있다. -ㅅ-

어쨌든, 자의적인 야근 시간을 빼면 근무 시간은 밥 먹는 시간을 빼면 7시간에서 8시간 정도...
PSP(personal software process)로 업무 집중 하는 시간을 측정해보면
하루 5시간 넘기가 힘들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된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프로젝트 시작하면
밤 12시전에 퇴근은 꿈도 못꾼단다.
그런 친구들에게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동안 계속해서 집중하냐고 묻곤 하는데,
딱히 웹서핑 같은 개인 용무는 많이 하진 않는댄다.
친구들한테 PSP 측정을 한번 권해보고 싶은데, 과연 업무 집중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고 싶어서이다.

기업 입장에서 뭐가 정답인지는 내 짧은 판단으론 힘들 것 같다.
심지어 빡센 야근을 옹호하는 개발자도 있으니 말이다.

분명한건, 합당한 근무시간은 개발자들의 삶의 질을 한층 높여준다는 점이다.
외국어 학원을 다니든가, 운동을 하든가, 문화 생활 또는 친목 생활을 하기에
전혀 거리낌이 없으며, 그런 윤택한 생활 패턴으로 회사는 항상 활기가 넘친다.
물론 문화, 취미 생활에 관심없고 DBMS에 올인하고 싶은 매니아들에게 그런 여가 시간은
두꺼운 원서와 논문을 탐독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된다.
어쨌든 불만과 스트레스가 없다는 건 장기적으로 회사 입장에서 분명 큰 에너지가 될 것이다.
노동력 착취의 장이 아닌,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터전으로서
회사가 존재한다면, 그 회사는 분명 더 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식 사업은 사람이 재산이라고들 한다.
재산을 고갈하는 회사보단 재산을 아끼과 관리하는 회사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시스템 소프트웨어 특성상, 양보단 질을 추구해야 하기때문에
단 몇줄의 코드도 신중해야 한다. 어쩌면 그런 업무 특성 때문에
적은 근무시간이 더 적합한지도 모르겠다.
억지로 아침 9시에 맞춰서 자리에 앉는다 해도 생체 리듬에 맞지 않는다면,
저효율의 컨디션으로 작업할 수 밖에 없다.
저효율 상태에서 10시간 근무하는 것 보다, 고효율의 상태에서 5시간 근무하는게
결과물도 더 훌륭하고 더우기 다음날의 좋은 컨디션 발휘에도 작용한다.

자, 주절주절 말이 참 많았는데...
컷해드리무브테일하고...
gzip으로 압축하자면
알티베이스 개발 업무 분위기는
개발자들에게 개발에 관한 업무만을,
집중 업무 시간에 할 수 있게 해주는 분위기라고 요약하고 싶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